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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싸운 사람들의 꿀팁을 전수합니다!

차가워진 머리로 들이박다. "참지말고 터트리세요!!!"

  • 작성일
  • 20-11-18 11:36
  • 조회
  • 2,153


갑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편으로는 해맑고 또 한편으로는 참 머리가 텅텅 빈 것처럼 들리는 질문이 제 입에서 나오게 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갑질’ 이라는 단어는 제 인생에서 마주칠 없는 일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좋은 친구들과 존경스러운 은사님들, 너그러운 선후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소소하게 친구들과 말다툼을 한 적은 있으나, 인간관계에서 크게 스트레스 받거나 억울한 일은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만큼 사회생활에 대한 순발력과 처세술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온실 속 화초처럼, 좋은 사람들 옆에서 평탄하게 살아왔던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인생 최고의 고비를 겪게 됩니다. 대학교 졸업 직후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입사했던 회사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맛보게 된 셈입니다.


입사 초기까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처음 입사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저를 반겨주는 팀원들과 팀장님을 만나고 난 후, 사회 초년생답게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고 특히 팀 실적이 하락하게 되면서 저는 점점 샌드백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접근해보자면, 팀에서 제일 직급이 낮았던 제가 팀 실적을 좌지우지할 능력도 권한도 없다는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회사 팀원과 팀장님들은 툭하면 꼬투리를 잡으면서 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아직 업무 파악이 미흡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내인 저에게 사업 월간 정산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라고 했고, 보고서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이른바 쥐 잡듯이 사람을 잡았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 왜 이런 실수를 하느냐, 대학교를 졸업한 게 맞느냐, 초등학생도 안 할 실수를 왜 하느냐... 처음에는 제가 한 실수인 만큼 제가 책임지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꾸중 듣는 게 속상하고 한심하기도 했지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서 꼭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그러나 가스라이팅이 계속되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쌓여가자 저는 점점 자신감도 자존감도 잃어갔습니다. 팀에서 저보다 직급이 높았던 대리, 과장, 팀장은 사업보고서에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피드백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사업보고서를 수정하면서 실수를 수정해갔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일은 목요일 오전에 터졌습니다. 여느 때처럼 사업보고서를 수정한 후 타 부서에 공문으로 제출했는데, 보고서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서 타 부서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모저모를 파악해보니 우리 팀 팀장님이 사업 변경사항을 팀원들에게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뒷목 잡을 일이 생깁니다. 팀장님은 본인은 팀원들에게 문제를 공유했는데, 팀원들이 제대로 숙지 못한 탓이라며 제 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타 부서에 보내는 메일에도 이렇게 썼더군요, “우리팀 사원이 업무를 제대로 숙지 못해서 사업 보고서에 착오가 있었다. 사원이니만큼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분명히 팀장인 나의 컨펌을 받고 보고서를 보내라고 했는데, 내 컨펌없이 보고서가 발송되어 유감이다. 앞으로는 팀장인 내가 잘 살펴서 확인하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저는 상위결재자인 과장님과 팀장님의 컨펌을 받아서 보고서를 타 팀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궁지에 몰린 저는 결국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니 오히려 머리는 차가워졌습니다. 회사 업무 메신저에서 과장님과 팀장님이 보고서를 컨펌 했던 기록을 모두 캡쳐 해서 인사팀장님에게 메일을 썼습니다. 하나하나 부당한 사실을 숫자를 매겨 순서대로 나열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마음 고생했던만큼, 억울했던만큼 모두 다 증거를 구비해서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인사팀과 면담을 했고, 저는 인사팀의 승인을 받아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됐습니다. 


가끔은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저를 얽매고 있지만, 이제는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참지말고 터뜨리세요. 괴롭힘 당하느라 제 살을 갉아먹지 말고, 과감하게 상대방을 물어뜯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당당하게 두 발로 서시기를. 그래서 갑질로부터 당당해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