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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싸운 사람들의 꿀팁을 전수합니다!

회사 대표의 갑질 그리고 해고통지서, 혼자 싸울수 있습니다.

  • 작성일
  • 20-11-18 11:06
  • 조회
  • 1,187




 저는 처음 맞는 2020의 여름을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과 함께하였습니다.

다니는 회사가 좋은 회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진작에 하고 있었습니다. 작디 작은 공간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왜 그렇게 무서운지. 긴 취업준비 시간으로 간이 콩알만해진 사회초년생에게는 너무 싸늘한 환경이었습니다. 허나, 한명만 이상할 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를 반겨주고 아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명이 대표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맡았던 업무가 복잡한터라, 주위보다 조금 높은 연봉을 받고있는 것이 대표의 눈에는 영 아니꼬왔던 모양입니다. 그 사람은 뒤에서 저를 모욕하기도 하고 제 상사에게 제가 제 발로 나갈 수 있도록 일을 어렵게 많이 주어라 하는 명령도 했다고 합니다. 그 상사는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그것을 제게 조심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모두가 퇴사 준비를 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다행인 것은 제가 항상 스마트워치를 끼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뒤통수가 아린 느낌이 들어 저는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러 번 언질이 있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당사자를 정확히 겨냥하고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차마 몰랐습니다.“곧 1년이 되어가니 그 전에 자르겠다”하는 말이 나오자마자 저는 나름의 마감기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언젠가는 그러겠지. 하고 짐짓 대수롭지 않게 넘겼음에도 피부에 따끔하게 다가오니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출근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피로해졌습니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어야 하는지 짜증이 남과 동시에 무척이나 억울했고, 그리고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 결심했습니다. 


 막연하게 인터넷에 ‘잘렸다’ 하고 검색해서 억울하다는 내용들만 한참을 의미없이 보다가 직장갑질119를 알게 된 것도 그쯤입니다. 아직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잘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노무사나 변호사를 찾아가기에는 너무 거대해보였고 멋쩍었습니다. 거의 억울함을 토로하다시피 한 장문의 글임에도 이메일로 온 답신은 너무나 친절했습니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궁금한 것을 올려도 빠르게 답장을 해 주시고. 남들이 올리는 글에서도 나에게 활용할 것들이 있어 눈에 잔뜩 담아두었습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일어나게 될 일이라면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이전에 해고된 사람과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메신저와 업무관련 프로그램에서 강퇴하기 때문에 캡쳐 할 것 있으면 미리 해 두어라 하는 답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근 일년간의 모든 기록을 백업해두었습니다. 언제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할 주제별로 모두 분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법률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관련지식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었지만 저는 인터넷에 있는 ‘부당해고’와 관련된 글을 80퍼센트 이상은 읽었다고 자부합니다. 도메인이 사라지거나,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제외하고요. 도움이 될 글이라고 생각하면 url을 복사한 메모장의 크기만 12메가바이트 였습니다. 단순히 주소만 한 줄 한 줄 꺼내어 입력한 것인데도요. 


 그때부터 백업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늠이 되었습니다. 쓸데없는 내용은 모두 지우고 필요한 부분을 주제에 맞게 분류했습니다. 준비하고 있을 때 바로 제게 해고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이전에 다른 사람을 평소와 같이 자신을 화나게 한 당일에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하더니 해고예고수당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거든요. 나름대로 30일을 계산 한 모양입니다. 퇴직금이 생기기 3일 전에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치졸함에 분노하기도 한참. 제가 근 한두 달간 머리에 구겨넣듯 했던 노동법 조항들이 갑자기 머리에서 튀어나왔습니다. 해고를 통지한 당일은 산입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보고 29일 유예를 줄테니 나가라고 한 것입니다.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우선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녹취한 뒤 저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해고통지에는 경영상의 해고. 허나 내용에 오류가 있고, 오류를 증명시킬 방법도 증거도 증인도 있다. 또한, 해고예고수당까지 신청하고… 

 제가 그동안 ‘의미가 있나’ 하고 생각했던 모든 지식들이 쌓여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분노와 억울함에 크게 쿵쿵거리던 심장이 빠르게 잔잔해졌습니다. 


 저는 제게 남은 유예기간동안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인터넷에는 무료상담이 많지만 그들 또한 긴 장문의 글을 읽기는 굉장히 귀찮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해당되는지 궁금한 사항들만 따로 빼서 직장갑질119의 오픈채팅방에 질문하였습니다. 가끔 부당해고를 한 당사자들도 오픈채팅에 들어와서 감시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직접 노무사를 찾아가거나 간단한 질문들은 네이버 익스퍼트를 이용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노무사도 많습니다. 허나 대체로 중요한 이야기는 가려져 있고 궁금하면 상담료 내고 이야기하러 와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두어번 정도 노무사를 찾아가서 상담료를 내고 이야기했습니다. 허나 오픈채팅에서 느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것은 얼마어치, 이것은 두달짜리. 하는 내용을 듣자 약간 마음이 상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이것이 큰 일도 아니고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는 사건을 의뢰한다고 해도 동일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모든 것을 저 혼자 처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퇴사가 처리되고 저는 바로 법적대응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써보는 공문서는 어쩐지 버겁고 정말 사전에 나오는 문장처럼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퇴고를 하기도 수십번이었습니다. 그냥 어느 정도 돈을 주고 노무사에게 맡길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억울한 것도 저, (법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도 저입니다. 각색없이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면 그것에 대한 법적인 판결은 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하고 저는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들은 제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고 제게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리고 좀 더 사건파악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글을 다듬어주고 또한 아직은 미지의 세계인 재판을 저 대신 이끌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자신에게 맞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재판 당일. 저는 여러 전문가의 글들과 직장갑질119에서 조정해준 문장들을 가지고 법적공방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정말이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고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제가 그 앞에 서다니. 손이 덜덜덜 떨리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증거자료들을 제출하고 거짓없이 답변하였습니다. 


  화해를 할 것을 그랬나, 내가 이상한 말을 한 것은 아닐까. 사용자 의원이 굉장히 무서웠는데 저 사람이 질문한 것이 핵심은 아닐까. 혼자 오들오들 떨다가 저녁즈음에 그냥 혼자 사람 많은 카페에 갔습니다. 물론 마스크 꼭꼭 쓰고요. 혼자서 덜덜 떠는 것보다는 차라리 밝은 조명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과 있는 것이 심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을 이유서를 쓸 때 느꼈기 때문입니다.


 여덟시 즈음 도착한 문자에는 부당해고가 인정되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순간 번쩍 일어나서 환호를 지를 뻔 했습니다. 크게 고여있던 한숨을 내뱉자 그동안 묵혀둔 불안함과 우울함, 고통이 모두 씻겨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끝은 아닙니다. 해고예고수당을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근로자의 편을 들어주는 곳은 많지만 그것이 모두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인정은 하지만 돈은 없다고 우기면 공증을 받든 인정을 받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합니다. 허나 우선 제게는 이겼다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굉장히 짧게 짧게 지나간 문장에 많은 시간의 회한이 담겨있습니다. 이 불명예스러운 순간들은 아무에게다 말 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 조차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습니다. 법적으로 누군가와 다툰다는 것은 정말 생각도 못해본 일들이었고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기에는 너무 거대해보였고 무서웠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유서의 한글자 한글자를 쓸 때마다 분노에 떨었고 분명 제게는 거짓도 잘못도 없으니 당당하지만 답변서를 볼 때마다 피가 식어 심장이 쿵쿵거리고 손이 떨려와도 그것의 핵심을 꺼내고 파쇄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읽어야 했으며, 법적공방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그 ‘가해자’ 는 너무나 당당했기에 계속 위축이 되는 것을 스스로가 다독이며 일어서야 했습니다.


 그냥 얌전히 나오고 실업급여 타면서 안정을 취하고… 내가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며 불안했던 나날들. 물론 잘 풀린 다음에 회상하는 것이 모두 그렇습니다만 이 사건이 제게 필요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필요없다고 보진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정말정말 힘들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어떻게든 결과는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없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배는 채워진다. 하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한. 제가 자료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아주아주 많은 글을 읽고 공부했던 것처럼 무엇을 하기 위해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얼마전에는 과외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한번 경험했기에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경험으로 하여금 얻은 것이, 그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던 경험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분들께, 특히 언제고 방문 할 수 있는 오픈채팅에서 시원하게 답을 해 주셨던 스탭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