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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싸운 사람들의 꿀팁을 전수합니다!

요가강사는 프리랜서 입니까? 시간제 근로자 입니까?

  • 작성일
  • 20-01-16 14:19
  • 조회
  • 888




어느 요가강사의 상처투성이 분투기



장대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 저는 경기도에 있는 이름 꽤나 알려진 산부인과 로비에 비에 젖은 생쥐 꼴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병원 문화센터 산전요가 강사 면접이 있던 날이었고 오전 10시에 약속한 시간은 11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저처럼 비에 젖은 채 헐레벌떡 병원에 뛰어 들어오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되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자 급히 옆 강의실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 버렸습니다.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한 시간을 훌쩍 넘어 나타난 간호부장이 ‘면접오셨죠? 따라오세요..’라는 말에 간호 부장의 방에서 간단한 면접을 보며 방금 지나간 분이 이 병원에서 10년 넘게 요가 수업을 해 온 분이라 알려 주었습니다.
10년 넘게 근무하며 한 번도 수업료를 인상하지 않았는데 군말 한번 없다는 칭찬(?)과 함께...


그렇습니다.
저는 첫 순간부터 이상했던 이곳에서 1년 6개월 산전, 산후요가를 강의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주2회 1시간씩 산전요가 수업을 하다 다음해 여름부터는 병원 요청으로 산후요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업을 늘려 주었으니 수업료를 낮춰 받거나 아니면 그만 두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니 간호부장 본인은 어쩔 수 없고 1주일 시간 안에 결정을 해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기나긴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산전요가 수업 반응이 좋아 수강생이 늘어났고, 실력도 인정받아 산후 조리원 수업까지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산후조리원 수업료는 원래 산전요가 수업료보다 적다, 하지만 수업이 자리 잡으면 올려 주겠다고 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는데 산전 수업료를 산후 요가 수업료에 맞춰 낮추겠다는 통보에 화병이 이러다 생기는 구나 싶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수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너무 많은 노력을 해왔기에 도저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녹음을 포함한 모든 상황들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뜬눈으로 고민할 때 우연히 신문을 보다 직장갑질 119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메일로 문의를 드리고 직접 노무사분과 통화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근로계약서 없이 근무를 해왔고 일방적인 임금 삭감과 부당해고에 대한 병원 측의 분명한 책임이 있으니 노동청에 민원을 넣으면 아마 벌금을 물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처음 겪게 된 억울하고 부당한 상황 속에서 정말 고마운 불빛 같은 희망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동안 겪은 일을 간략히 정리해서 노동부에 민원을 넣었고 그 후 열흘 정도 후에 근로 감독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독관이 병원일로 부당해고 민원을 넣었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하니 이런 일은 민사로 가야지 노동청에서 취급하는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민원을 넣기 전에 노동청에 전화로 문의했고 알려준 형식대로 진행했는데 같은 기관에서 다른 답변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 도대체 누가 그렇게 알려 줬냐며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근로감독관은 민원인과 사용자(병원 측)의 쌍방의 의견과 증거 내용을 검토해 조율과 최종판단을 내리는 사람인데 자신의 직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민원을 포기하게 하려는 태도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워낙 큰 병원이고 하니 모종의 커넥션이 있나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치 범죄자 심문하듯이 몰아붙이는 태도와 요가강사는 프리랜서니 부당해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고 민사로 가라고 단정 짓는 상황이 도움을 구한 곳에서 문전박대를 당한심정이었습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요가 선생님들에게 상의를 들어보니 제가 후임으로 들어갔던 산후조리원은 명절에도 수업을 하게하고 1달 8회 수업 외 해당 요일에 대한 수업료는 지급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한참을 거슬러 초기에 수업하셨던 선생님은 설문조사에서 평가가 좋지 않아 근무했던 시간만큼의 금액을 주며 그만 나오라고 했다고도 했습니다.

그 모든 갑질의 역사(?)를 알게 된 이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단시간 근무를 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강사 분들의 사례를 알고 싶어 요가강사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한통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이런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노무사 몇 분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도 문의해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을 찾아다니며 만나고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가장 큰 관건은 나는 프리랜서가 아닌 시간제 근로자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해당 사건은 권위적인 노동청보다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서를 먼저 접수를 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어차피 노동청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아 병원에 벌금을 물린다 해도 벌금 자체도 얼마 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도 강사 개인이 혼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노동청에서 겪었던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는 민원인인 근로자, 특히 여성 근로자에 대한 폭언과 압박을 통해 조기에 포기시키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가진 감독관이니 감독관에 대한 민원을 넣으라는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이런 발상을 가진 감독관이라면 억울한 상황에 처한 근로자, 노동자 중 어느 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는가 싶어 힘이 빠져 나가는 듯했습니다.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노동위원회를 찾았고 월 임금이 적었던 관계로 국선노무사를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청의 근로 감독관에 대해서도 민원을 올렸습니다. 힘없는 일개 시간제 요가강사인 제가 민원을 올리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더 이상 부당한 조건에서 피해 받는 강사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나의 판례를 만들고 싶었던 그 이유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답을 갖고 본인의 직위를 이용 권위적으로 민원인을 억압하는 감독관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도 황망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그렇게 노동위원회를 통해 국선 노무사를 배정받고 직접 만나 그동안의 정황을 설명하는 과정 만으로도 사실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이렇게 온전히 들어 주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서 민원을 제기당한 근로감독관은 경찰에 명예훼손 신고를 했고, 저는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조서라는 것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억울함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돌발성 난청으로 한쪽 청력이 많이 손상되었고 심한 불면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고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졌습니다. 다행히 국선 노무사님이 같은 여자로써 여러 가지 조언과 용기에 힘입어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인 요가강사인 본인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 정해진 시간에 출, 퇴근의 관리를 받았는지 수업 내용에 대한 지시나 간섭이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수업 전 후로 병원 측에 보고를 했던 문자내역과 매일 수강생의 출석체크 기록이 있는 출석부, 월말 진행한 강의평가서와 병원 간호부장과의 분쟁시 녹음한 녹음파일을 제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전임노무사를 통해 저에게 해고 통지서를 주었는데 이는 병원의 결정적인 실수였고(해고 통지서를 주었다는 것은 저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위원회 심문 때 위원들의 질문에 불리한 입장으로 기우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문위원들은 절반은 근로자 측, 절반은 고용자 측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데 병원 담당자의 해고통지서에 대한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녹취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병원 관계자도 노무사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뭔가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놓을 무렵 심사위원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측과 화해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물어온 것입니다.
사실 국선 노무사와 한 번의 미팅과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심의에 대한 예상 질문과 답변은 준비를 했지만 화해여부에 대해서는 노무사로부터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거의 재판이나 다름없는 경직된 분위기의 심사상황에 가뜩이나 얼어있는 상황에서 매뉴얼에 없는 질문을 받으니 무슨 답변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웠습니다. 잠시 침묵 후 화해 의사 여부에 대한 답변으로 사측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면 ‘네‘라고 답변했습니다. 사실 의사 여부는 의사여부고 당위에 대해서는 판결이 따로 주어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양쪽의 답변 후 재빠르게 양측을 각기 다른 방으로 이동시키고 이때부터 위원들은 일사 분란하게 합의금(?)을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측 국선 노무사는 부당해고 이후 5개월에 준하는 임금을 요구했고 사측은 한 달에 해당하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세시 했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돈을 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는데 양쪽에서 금액을 저울질 하는 상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심사 위원들도 여기서 이렇게 화해 조정 하는게 최선이다. 거부하고 심판까지 가면 근로자로서의  인정이 더 어렵다. 화해까지만 온 것도 절반의 승리다 라며 설득해왔습니다.    


‘저는 노무사를 보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노무사님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세요?’하고 여쭤보니 ‘지금도 이 일로 많이 아팠는데 더는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는 답변을 하셨다. 그렇게 부당해고 이후 5개월여의 휴직기간동안 준비하고 싸워 온 시간들이 두 달 정도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합의되고 끝이 났다.

이 일을 겪으며 나의 지난한 좌충우돌 투쟁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만한 판례로 남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싸워봤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후회는 없다.

프리랜서라는 쉽게 명명된 이름하에 근로계약서를 비롯해서 아무 보호장치 없이 무방비로 기계처럼 사용되고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버려지는 이들에게 나의 실패의 분투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