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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싸운 사람들의 꿀팁을 전수합니다!

과한 장난도 괴롭힘, 부당한처우에 맞서기

  • 작성일
  • 20-01-16 14:10
  • 조회
  • 1,109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당시의 일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이 이 순간에도 말도 안되는 직장 내 갑질로 인하여 고통받는 분들에게 이 글을 통해 위로가 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당시 나 또한 사건이후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심적으로 힘든 나날이었지만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고 책을 읽으면서 이겨 낼 수 있었다.


 연일 35도 이상 고온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던 7월의 여름날이었다. 당시 근무했던 재활센터에는 본인 담당 환자의 출석 여부를 확인 하는 개별 업무일지가 있었다. 매달 말일 업무 일지를 점검할 때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센터 공용도장을 찍고 수정 하였다.

 그런데 과장님이 업무일지를 틀리지 말라고 하시면서 센터도장을 과장님실로 가지고 갔다. 앞으로 일지 수정 사항이 있으면 과장실로 와서 수정도장을 찍으라고 하였다. 치료 중 환자의 개인사정(대소변 처리 등)으로 결석 처리를 해야 해서 수정 사항이 매달 평균적으로 2-3건은 나왔다.
 그날도 수정할 부분에 도장을 찍기 위해 과장님실로 일지를 들고 갔다. 들어갔더니 “왜 틀렸어?, 책상위에 손 올려봐! 손가락을 잘라버린다” 라고 과장님이 말하면서, 과장님 왼손으로 내 왼쪽 가운데손가락을 잡고 책상위에 턱하니 올려놓고 고정하였다. 그러고 나서 과장님의 오른쪽 손으로 커터갈을 들고 칼날을 꺼내어 내 왼쪽 가운데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을 자른다고 협박을 하였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장님 저 일해야 하는데 손을 자르려고 하면 어떡해요”라고 하며 과장님 손을 뿌리쳤다. “내 손 아니고, 네 손이니까 괜찮아”라고 과장님이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는 더욱 소름끼쳐서 일지를 들고 바로 과장님실에서 나와 버렸다. 나와서 떨리는 몸을 추스르면서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 옆에 있던 동료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말이 되냐고,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하였다. 하필이면 그 순간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와 통화를 하는데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 수 없었다. 노여워하시며 당장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말씀하였다. 가까운 동네 지구대 앞까지 걷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하였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 언니에게 전화해 사건 정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더니 “00아 열내지마....... ”라고 언니가 말하였다. “이 일이 열 낼 일이 아니에요?”라고 내가 되물었다. “아니......, 날이 덥자나. 원래 장난이 심해. 어쩌겠어..... 신고할 거야?? 계속 일해야 하자나, 잘 생각해봐.” 라는 말을 듣고 통화가 끝났다.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고소가 망설여졌다. 언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계속 일은 해야 하고 과장님 측에서 장난이었다고 하면 오히려 근무하는데 더 불편한 상황만 초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과장님 실에는 CCTV가 없고 목격한 사람도 없어서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눈치를 챈 00경찰서 경감님이 “사건 조사를 증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명함 드릴게요. 호주머니 넣고 다니면서 혹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라고 말씀하였다. 경감님의 명함을 손에 쥐고 고소를 하지 않은 채로 경찰서를 나왔다.


 예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세 번 참으면 삼대가 면한다고 말씀하시며 행동하기 전에 참고, 항상 생각을 하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잘 참았다.’라고 생각을 하며, 경찰서에서 나와 걷는 도중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왜 참아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편의점에 들러 잠깐 앉아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왔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왜 여기에서 울고 있어요?, 여기로 연락 한번 해보세요.”라고 하면서, 내게 쪽지 하나를 주었다. 쪽지에 여성인권 위원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일단 조언이라도 구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사건정황을 설명하였다.

 인권위원회에서는 내 이야기를 듣고 좀 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였다. 우선 증거 확보를 위해 경위를 그대로 쓰고 혐의를 인정 할 때까지 과장님과 문자를 주고받으라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과장님이 본인이 한 행위를 인정 하게하기 위해서 “너무 무서워서 다음날 출근을 못하겠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과장님의 윗선에 있는 원장님에게도 이일을 보고 하라는 등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인권위원회 조언대로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장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애정이 있어서, 실수는 금물.”이라고 답장이 왔고, 이에 나는 “저한테 애정이 있으면, 과장님이 제 손에 칼을 올려도 되나요?”라고 답장을 하였다. 이어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윗선에는 보고는 하지 않았다. 이전에 인센티브 관련해서 치료사 몇 명이 원장님실로 찾아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많은 부당한 처우를 견뎌 내고 있었다. 그래서 윗선에 보고 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설마 또 이런 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을 하며 참고 근무를 하였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고, 행여나 업무적인 면에서 피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 일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과장님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진실 된 사과는 당연히 없었고, 일지를 들고 갔을 때 비슷한 협박은 계속 되었다. 연차를 사용하기 위해 한달전에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내 치료 스케줄에서 인센티브가 있는 스케쥴은 삭제되었다.

직장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직원 팔꿈치를 만지고, 드릴을 임산부 배에 가져다 대고, 라이터로 직원 머리와 핸드폰을 찍고, 송곳으로 직원의 손을 고정해 장난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들 생계와 직결 되어서 “아니”라는 표현이나 행동을 하지 못했고, ‘과장의 행동이 좀 심한 장난인데 어쩌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몇몇 직원들도 있었다. 과장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모든 직원이 알았지만, “아니”라고 말하고, 제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지할 사람이 없으니 과장님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은 더 악랄해지고, 괴롭힘은 걷잡을 수 없이 계속되었다.
 

친하게 지내고 힘이 되어주던 동료들이 과장님의 괴롭힘과 부당한 처우를 참지 못해 퇴사하였고 이후 퇴사자가 속출하였다. “여기서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라고 동료가 말했다. 나 또한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고 괴롭힘이 지속되어서 퇴사를 결심하였다.
 그래서 퇴사의사를 표현하였는데, 퇴사일자를 1년이 채 안 되는 날로 과장님 마음대로 조정하여 일방적으로 퇴사일자를 통보 받았다.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노무사님에게 자문을 구했다. 근로계약은 과장님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장님에게 원하는 퇴사 날짜를 말씀드리고 녹음하라고 하였다.  다음 날 원장님에게 찾아가 퇴사의사를 표현 하였는데, 원장님을 찾아 갔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과장님의 괴롭힘은 끝까지 계속 되었다.

 그래서 고소를 결심하였고, 여러 기관에 자문을 구하고, 비슷한 사건의 판례와 사건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주변에 조언도 구해 보았는데 “그래.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려줘!”, “그냥 퇴사 해버리면 되지. 경찰서, 법원 왔다갔다하는 일이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야.”, “그때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또 한 번 상처 받을까 걱정된다.”라고 하는 등 주위의 의견도 분분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고소장을 써야하고, 경찰서, 법원을 왔다갔다 불편한일이 많겠지만 과장님이 지금까지 한 행동은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일을 진행했다.


 전에 받은 oo경찰서 경감님 명함의 번호로 연락하여 과장님을 고소하였다. 지인들이 말했던 데로 그 일을 생생하게 떠올려서 고소장을 작성하고 진술하는 것이 적지 않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며칠 후 고소한 협박 사건이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로 송치 되었다고, 서에서 우편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담당 형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피의자(과장님)가 흉기를 사용하여 특수 협박죄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형사조정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중형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라고 형사님이 말하였다. 죄질이 중하다는 말이었다. 

 형사조정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고,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동안 과장님으로 인해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남한테 너무 못되게 하면 안 된다.’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몇 일후 형사조정에 참석하였고 과장님이 진정으로 사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과장님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중형을 피하기 위해 한 사과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동안 과장님이 하신 그 행동들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당시 퇴사했던 동료 한분이 갑질119라는 단톡방을 알려 주었었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이 가장 충격적이고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더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에게 이제 그만 상처받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쉽지 않고 고통스러운 행보 일 것이다. 하지만 갑질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제지해야한다. 그리고 갑질은 대물림 되어서도 안 된다.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었던 책에서 봤던 문구이다.